2015년 8월, 월간 Coffee&Tea ‘GCA 수상 카페 인터뷰’

사람 냄새 나는 커피를 만들다

 

커피에 대한 다양한 철학과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테크닉은 많은 바리스타들의 공통 관심사가 되었고, 기술적인 부분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기술이나 규칙은 커피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어떤 면에서는 커피의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Ryans Coffee Roasters는 머리 아픈 규칙 대신 커피와 그것을 마시는 사람에 집중하려 한다.

글 김하정 사진 김병윤

 

테크닉보다는 커피를 뽑는 행위에 재미를 느끼다

Ryans Coffee Roasters(이하 ‘라이언스커피’)는 숙명여대 근처 조그만 골목 구석에 위치한 카페다. 가게 내부와 외부 모두 날것 그대로를 살려 인위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다. 8명은 족히 앉을 수 있을 듯한 큰 테이블에 빙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도 그저 즐겁고 편안해 보인다.

라이언스커피의 ‘Ryan’은 노영준 대표의 영어 이름에서 따 왔다. 노 대표는 커피에 관심을 갖기 전에는 어학에 대한 욕심이 많아 일본과 호주에서 각각 1년씩 머무르며 일본어와 영어를 공부했다. 전공은 호텔경영학이었는데, 전공 공부도 하고 일본어도 배울 겸 2008년부터 일본에서 유학 비자를 받아 지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바로 호주로 떠났는데, 호주에서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1년 간 지냈다. 이때 호주의 티 브레이크 타임에 익숙해지며 캄포스 커피도 마셔보고 음료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 중 한 곳의 매장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기 시작했고, 그 때 처음 에스프레소 샷을 뽑아봤다. 커피를 만들면서 디테일한 테크닉이 아닌 커피를 뽑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은 ‘죽을 때까지 이걸 하고 살아도 되겠는데?’였다. 이후 지인을 통해 커피 로스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로스팅 규칙을 마치 ‘룰’처럼 설명하는 데에는 익숙해질 수 없었다. 로스팅이 잘 된 경우의 샘플만 보고 배워야 했고, 로스팅에 실 패했을 때 그 맛의 차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
래서인지 로스팅 결과물에 대해 묻는 여러 질문에 대한 공감대도 없었고, 커피 맛의 표현에 대해서도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커핑 모임에 참석하며 커피에 대한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큐그레이더 시험을 제안받았다. 그리고 2010년, 시험을 치러 단번에 합격했다. 이후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 2011년 용산구 후암동 Ryans Coffee Roasters라는 10평 남짓의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호텔학교에 가려고 모은 돈을 커피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커피 교육과 제조(로스팅)가 이뤄졌는데, 교육은 커핑에 대한 이해와 개념, 커핑을 해야 하는 기준점을 주제로 실시되었다. 직업과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커피에 대한 관점을 토론하며 커핑노트에 적힌 이야기를 공유했다. 커핑 교육을 하고 커피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그 시간이 노영준 대표에게는 오히려 배울 것이 많았던 때이기도 했다.

이때의 라이언스커피에서는 대부분 테이크아웃 형식으로만 커피 판매가 이뤄졌고, 노영준 대표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운이 좋아야만 라이언스의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이렇게 커피 제조와 교육을 진행해오다 지난 겨울, 지금의 자리로 가게를 이전하게 되었다. 그 전의 가게와 거리상으로 얼마 되지 않는 곳이었다. 새로 이전한 라이언스커피는 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다소 거친 느낌은 있지만, 전과 달리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손님용 테이블도 생겼고 작업공간과 홀 사이의 벽을 낮춰 고객과의 소통이 더욱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지금은 단골손님들이 홀과 에스프레소 바를 구분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먹을거리를 나누고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들려주는 사람 냄새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착한 가격의 드립커피 ‘라이언스커피’

라이언스커피에는 ‘라이언스커피’라는 이름의 커피가 있다. 대부분 커피숍에 다 있는 메뉴인 ‘오늘의 커피’다. ‘라이언스커피’를 주문하면 노영준 대표가 선택한 그날의 원두로 직접 드립을 내려준다. COE(Cup of Excellence)에서 낙찰받은 생두를 오늘의 커피로 판매하기도 한다.

‘라이언스커피’의 가격은 2000원이다. 드립커피인데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한지 물었더니 “드립을 내리는 게 훨씬 속도가 빠르다”고 답한다. 5분이면 드립커피 20잔을 내릴 수 있고, 속도전에서 훨씬 이득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커피를 대충 내려서 주지는 않는다. 라이언스커피는 풀오버 드립법을 사용하는데, 물을 한 번에 모두 부어 커피 성분을 우려내는 방법이다. 풀오버 드립법은 여러 드립법 중 가장 간단하면서도 충분히 다양한 맛을 낼 수 있고, 드리퍼 내부의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향이 강하고 약간 거칠지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무난한 맛이 나온다.

사실 이런 착한 가격의 커피는 이 동네에서 커피를 하는 가게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중 하나였다. 풀오버 형태로 커피를 내리는 시간을 절감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고, 맛에 있어서는 ‘Best’가 아니라 ‘Good’이나 ‘Not Bad’라는 반응만 끌어내도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맛과 가격의 가성비 면에서 소비자의 만족이 크기에 ‘라이언스커피’는 매장의 대표 메뉴 중 하나가 되었다.

 

로스팅은 기교가 아니다

노영준 대표는 장비 욕심이 많은 편이었다. 여윳돈이 생기면 새로운 장비를 구입했고, 다양한 3그룹 머신들을 구비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커피에 대한 생각을 전환해 장비 거품은 빼고 생두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몇 가지의 머신들만 사용하고 있다.

우선, 에스프레소 머신은 엘렉트라 2그룹 제품을 쓰고 있다. 그라인더는 에스프레소용으로 안핌과 콤팍, 드립용으로 말코닉401을 사용한다. 로스터기는 샌프란시스칸 3kg을 사용하고 있다. 변수가 없고 편한 로스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자신의 성향과 잘 맞으며 사이즈도 공간 대비 효율이 높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가격 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

노영준 대표는 로스팅은 기교도 아니고 마법도 아니라고 말한다. 일단, 좋은 콩을 가지고 로스팅하면 기본적인 맛이 나오기 때문에 커피에 굳이 심오한 사상과 철학을 주입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로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맛이 변하기 때문에 풍미를 조금 더 살리느냐 마느냐에는 차이를 뒀다. 변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없애는 방법을 택했고, 맛있음의 기준도 ‘내가 OK 할 때까지’로 정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자신의 입맛도 객관화되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커피에서 ‘Best’보다는 ‘Good’이나 ‘Not Bad’를 추구하는 편입니다. 또한, ‘Something Special’보다는 ‘Nothing Special’한 커피가 라이언스커피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언스커피에서 추구하는 커피 맛은 단순해요. 아무런 분석 없이 손님 개개인이 맛있다고 느낄 만한 맛, 10명 중 8명이 만족하고 맛있다고 말하면 되는 거죠.”

 

더 좋은 생두를 찾기 위한 여행

노영준 대표는 커피와 관련된 여러 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GCA(Golden Coffee Award)에서는 심사위원과 핸드드립파트 테크니션을 맡고 있고, CCAK(Coffee Cupping Association of Korea)에서는 이사의 직책을 맡았다. 라이언스 커피는 한국커퍼스(Cuppers of Korea)의 용산센터이기도 하다. 또한, SCAK(Specilaty Coffee Assiciation ofKorea)와도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개인 카페 공동체인 카페 유니온의 운영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은 커피 관련 교육과 세미나에 대한 정보를 얻고, 여러 커피 샘플링과 로스팅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대회 심사나 운영을 하며 오히려 배우는 것도 많다. 대회에 필요한 여러 시스템과 선수들이 가지고 나온 콩의 스타일, 그리고 서로 간의 피드백이 커피를 더 많이 아는 데 필요한 소중한 정보가 된다.

라이언스커피는 지난해 GCA에서 싱글오리진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여러 부분에서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 준비한 끝에 얻은 결과였다. 그때 출품한 원두는 2014년 COE에서 처음 낙찰받았던 생두인 코스타리카였다. 내가 선택한 생두를 다른 사람들도 좋아했다는 사실,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에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었고, 현재 하는 일에도 좀 더 확신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COE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열흘가량 콜롬비아 현지에서 경매에 참가했는데,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고 3개의 랏(lot)을 낙찰받아 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몇몇 카페 운영자들과 연합해 COE 경매에 온라인으로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놀며 즐기며 소탈하게 운영하는 커피 가게

라이언스커피는 올해로 개업 5년차를 맞았다. 겉으로는 평탄해보였지만 사실 나름대로의 어려움도 있었고, 굴곡도 많았다. 노영준 대표는 “강한 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 국내 커피 시장은 작은 가게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마을 곳곳마다 들어서고 용량이 큰 로스터기들은 계속 수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소규모 개인 카페들은 앞으로 그 수가 점점 줄어들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영준 대표는 어떤 상황이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내공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라이언스커피와 함께 “놀며, 즐기며, 즐겁고 편하게” 커피를 계속하고 싶다. 커핑 문화 발전을 위해 퍼블릭 커핑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라이언스커피에서는 현재 월요일 저녁마다 퍼블릭 커핑을 진행하고 있는데, 커핑에 대한 장벽을 낮춰 커핑 초보자도 참여할 수있다. 커핑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방법을 몰랐다면 라이언스커피의 퍼블릭 커핑에 참여하는 것도 좋겠다.

커피 향과 사람 냄새가 그립다면, 소탈하고 소박한 정이 있는 라이언스커피와 만나는 것을 추천한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