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LEGEND 신년호

커피를 찾아 여행을 떠난 남자 라이언스커피 로스터스, 노영준대표

에디터 조은경 사진 김한나 / 노영준 대표 제공

 

안녕하세요.

밝아오는 새해에 레전드매거진을 통해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되어 감회가 새롭네요. 저는 커피전문점 라이언스커피 로스터스의 대표 노영준입니다.

여러분 혹시 오늘 아침에 커피 한잔 하셨나요? 혹은 점심 식사 후 후식으로 커피를 한잔 마실 계획인가요?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분들께 서는 아마도 커피를 마시는 일상에 익숙해져 있으실 거에요. 그만큼 커피는 우리 삶에 깊고 진하게 스며들어 있지만, 정작 내가 마시는 커피의 원산지가 어디이며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우리의 손에 한잔의 커피로 쥐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짐작해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잠깐 소개해드리자면 좋은 커피를 찾아내기 위해 커피의 원산지를 돌아다니고 있어요.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 을 커피헌터라고 합니다.  커피와 관련된 직업군들로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바리스타, 커피맛을 테스트해 전체적인 맛을 감별하는 커퍼, 커피를 볶아내 원두로 만드는 로스터 등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저는 단계적으로 몇 가지 일들을 병행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커퍼와 커퍼헌터의 비중이 가장 크답니다. 좋은 커피를 고르고, 맛을 감별하고, 국내에 들여와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는 것까지가 모두 저의 역할이에요.

밥이 맛있으려면 쌀이 맛있어야 하듯 커피가 맛있으려면 원재료가 좋아야겠죠? 저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를 찾아 세계 각국의 커피 원산지를 향해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여러분들은 커피 원산지하면 어느 나라가 떠오르시나요? 대표국만 나열해도 아프리카 쪽에서는 에티오피아, 케냐 등이 있고 중미 쪽에서는 과테말라, 멕시코, 파나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남미에서는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등 이렇게나 많습니다. 또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아, 태국, 대만 등에서 좋은 커피가 재배되고 최근에는 중국의 운남도 떠오르는 원산지 중 하나예요. 좋은 커피를 찾아다니는 것이 저의 일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커 피가 자라나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제 발길은 그곳을 향해 갈 거예요.

앞서 저의 질문에 여러분들 중 상당수가 커피 원산지 하면 생각나는 나라로 콜롬비아를 떠올리셨을 거예요. 콜롬비아는 전 세계적으로 커피의 생산량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나라 안에서도 커피가 재배되는 지역이 북쪽으로 남쪽으로 크게 나뉘며, 일 년 내내 커피가 재배되고 커피공화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커피가 그 나라 국민들의 주된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콜롬비아에 방문했을 때 커피와 관련된 산업들이 움직이는 시스템과 사람들을 만나 여러 가지를 직접 겪으며 느낀 점들과,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기회들과 만나게 되었던 지난날이 떠오르네요. 이처럼 저에게 커피를 찾으러 가는 길은 일적인 측면도 있지만, 오래 두고 기억할만한 뜻깊은 여행이 되기도 한 답니다.

그럼 서론은 이쯤 해두고, 지금부터 커피 원산지를 찾아 나섰던 제 삶의 여정 속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대표님 반갑습니다. 먼저 라이언스커피 로스터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2012년에 정식으로 오픈해 햇수로 7년째 매장 을 운영하고 있어요. 라이언스커피는 제 영어 이름인 라이언에서 따왔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커피 전문점입니다.

 

스페셜티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좋은 커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의 비영리 국제 커피 단체가 주관하는 컵 오브 엑설런스(Cup of Excellence)라는 대회가 있어요. 각국의 커피 농장에서 생산된 우수한 커 피들을 모아놓고 이 대회의 까다로운 기준을 토대로 심사과정을 거치는데 해당 심사에서 최우수로 판별된 커피를 스페셜티라고 한답니다. 스페셜티는 일반 커피들에 비해서 보다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라이언스커피는 다양하고 품질 좋은 커피를 사람들이 쉽게 맛볼 수 있도록 국내에서의 스페셜티 유통에 주력하고 있어요.

 

스페셜티의 주 고객층은 어떤 분들인가요?

대부분이 일반 소비자들이에요. 커피를 평소에 자주 마시고 즐기는 사람들이요. 요즘은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특별함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삶의 질이 올라가면서 저마다 각자의 취향과 선호도에 관심을 갖는 시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스페셜티에 대한 수요도 점점 증가하고 있고, 맛있는 커피를 먹기 위해 저희 가게를 일부러 찾는 분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커피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커피쳬리의 열매에서 나오는 씨앗이 주원료예요. 그래서 커피체리의 향이 커피에도 고스란히 묻어나죠. 사과로 예를 들면 재배방식과 숙성도에 따라 홍로, 아오리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사람들마다 선호도도 다르잖아요. 커피도 마찬가지죠. 저마다 좋은 커피에 대해 생각하는 기준은 다를 거에요.

제 기준을 말씀드리자면 끝 맛이 깔끔하고 단맛이 나는 커피를 좋은 커피로 보고 있어요. 이때 단맛이란, 잘 익은 복숭아나 망고를 한입 가득 베어 문 뒤 입안에 남는 산뜻한 달콤함이죠. 저는 이처럼 부드러운 여운과 달콤한 잔향이 남는 커피를 집중적으로 찾고 있어요.

또한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커피는 현지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재배되는 커피예요. 그 지역의 특색을 대표할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가 담긴 커피죠.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가수들마다 자신의 음역대에서 잘할 수 있는 노래와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정체성과 색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표곡들이 있잖아요. 커피도 마찬가지죠. 제 아무리 본연의 맛에 독특한 가향을 해 특별한 맛을 낸다 할지라도 며칠 마시다 보면 질려 버려요. 질리지 않고, 매일매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커피가 최고의 커피예요. 그 지역 본연의 커피란 이를테면 가장 나다운 내 모습 같은 거죠.

 

대표님이 처음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했어요. 당시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 이 있었는데, 분명하게 원하는 한 가지가 있었어요. 바로 놀면서 일을 하는 것이었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저의 업력이 누적되어 전문성이 강화되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그 분야의 전문인이 되는 거였는데 전 그 답을 커피에서 찾은 거에요. 처음에는 바리스타로 시작해 커피를 내리는 것부터 배웠어요. 일을 하다 보니 커피가 생산되는 과정과 원재료들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 하더라고요. 마침 커피가 재배되는 커피벨트 지역들이 놀기 좋은 따뜻한 나라이니 놀면서 일하기도 참 좋겠다 싶었죠.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공부하고 준비하며 기회를 보다가 2010년에 배낭을 메고 동티모르로 향했어요. 그때가 모든 일의 시작이었죠.

 

커피를 정말 좋아하시나요?

글쎄요. 정말 그렇다고는 말을 못 하겠어요. 왜냐하면 정말 저보다도 커피를 훨씬 좋아하는 분 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일로 봤을 때, 누군가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주저 않고 그렇다고 답할 거예요.

 

최근에는 어느 나라들을 방문하셨어요?

중남미와 아시아권을 자주 갔고, 지난해에는 대만에 특히 많이 갔어요. 대만은 커피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나라이며, 차 문화가 발달해 있어 마찬가지로 커피에 대해서도 비싼 소비가 이루어지는 등 전반적인 음료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가 개방적이에요. 또 그 나라 사람들의 성향과 욕구를 관찰해 보면 한국사람들과도 닮아있어요. 이런 걸 알고 나면 한국 시장이 새롭게 보이죠. 매년 커피 원산지를 방문할 때면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하고, 본래 있었으나 알지 못했던 숨은 기회들을 발견하는 등 배우는 게 많아요.

 

라이언스커피에서는 어떤 커피들을 판매하나요?

저희 가게에서는 COE를 통해 높은 점수를 획득한 스페셜티 커피를 메인으로 다루고 있어요. COE는 컵 오브 엑셀런스(Cup of excellence)를 줄인 말인데, 매해 그 나라에서 수확되는 커피들을 심사해 등급을 매기고, 좋은 커피들을 온라인 경매로 입찰해서 낙찰된 이들에게 판매하는 대회예요. COE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된 커피들은 질적인 면에서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답니다. 저는 이렇게 검증된 스페셜티를 입찰해 국내에 유통하고 있어요. 또 제가 COE의 심사위원으로 해외에 직접 나가 활동할 때도 있죠. 스페셜티 외에도 각국의 커피 원산지 지역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좋은 커피들을 공수해 국내에 소개하기도 하고요

 

그럼 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무조건 비싼 커피가 되는 건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같은 농장에서 생산된 커피라도 맛이 다 달라요. 어떤 커피는 살구 맛이 나고, 어떤 커피는 오렌지 맛이 나죠. 그렇다 보니 맛에 대한 선호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초반에 가격 책정이 어떻게 매겨지건 추후 어떤 커피가 인기를 얻게 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등 변수가 분명 존재해요.

 

흔히 말하는 세계 3대 커피도 이런 심사과정을 통해 고급 커피로 선정된 것들인가요?

말씀하신 세계 3대 커피 루왁, 하와이안 코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과거 십여 년 전만 해도 비싼 가격대에 거래되곤 했죠. 만드는 방법도 까다롭고,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수요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간 거예요. 그런데 루왁 커피의 경우 동물학대 등 이슈가 있다 보니 최근에는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수준이 상승해 수요가 저조한 편이고,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하나의 라벨로서 이름값이 높았는데 가격 대비 뛰어난 맛이라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또 요즘은 품종보다는 커피의 특징을 많이 이야기해요. 흔히들 말하는 가성비를 더욱 따지는 시대죠. 가격 대비 참 맛 좋은 커피들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기도 하니까 세계 3대 커피에 대한 수요는 과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줄어 들었죠.

 

와인시장의 변화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와인 숙성 방식을 커피에도 도입하기 시작했어요.와인을 숙성시킬 때 오크통을 사용 하는데, 요즘은 커피도 오크통에 숙성시켜서 다 양한 맛을 만들 수 있어요.과거에는 커피를 만 드는 방식이 햇볕에 말리고 물에 씻어내는 한 가지뿐이었는데, 오크통 숙성 방식을 도입하면 서 온도를 몇 도로 맞춰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숙성하느냐 등 어떤 변화를 주느냐에 따라 원하는 맛을 살릴 수도 있고 감소시킬 수도 있어요. 한 가지 재료로 다양한 맛의 커피를 만들 수 있고, 숙성을 잘 시키면 값도 올라가서 비싼 가격에 판매하게 돼요. 또 각 나라마다 사람들의 취향이 다른데 이와 같은 방식을 도입하여 각양각색의 입맛에 맞추기도 수월해진 거죠.

 

시대적 트렌드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 같네요. 요즘은 어떤 맛의 커피가 유행인가요?

5년 전만 해도 신맛이 나는 커피를 최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외국에서 커피를 배우고 온 사람들이 신 맛이 나는 커피가 좋은 커피라 고 주입시킨 결과였죠. 그런데 정작 소비자들은 시큼한 신맛을 거부했죠. 그렇게 시장이 주춤하며 과도기를 거쳐 최근 3년 사이에는 씁쓸하면 서도 상대적으로 단맛이 나는 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또 가장 최근에는 커피에 가향을 하는 게 유행이 되어 의도적으로 커피에 술이나 과일 향을 가미하기도 해요. 커피 시장은 조금 만 눈을 돌려도 금방 달라질 만큼 유행의 변화 가 참 빨라요 요즘은 어느 카페를 가나 아인슈페너 메뉴를 쉽게 볼 수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몇 년 전만 해도 아인슈페너를 판매하는 곳은 극히 드물었거든요.

 

커피헌터로서 각국을 돌아다니시면서 배우고 느낀 점이 있다면?

처음에 한창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커피의 원산지와 커피라는 재료에만 집중해서 다녔는데, 요즘은 사람들의 생활적인 면모를 좀 더 살피게 되고, 현지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느끼는 게 많죠.

커피의 산지는 보통 유명 관광지와는 동떨어진 정 반대편의 시골에 위치해 있어요. 예전에 한 번은 페루에서 열린 커피 행사에 참석한 적 이 있어요. 페루의 관광지로 마추픽추가 유명하니 일을 마친 후 마추픽추를 관광할 생각이었는데, 동선을 보니 행사장에서 마추픽추까지 가려 면 비행기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꽤나 먼 거리였어요. 그래서 마추픽추는 못 갔죠. 또 한 번은 발리에 갔어요. 세계적으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발리의 석양을 볼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정작 커피가 자라는 곳에 가려면 리조트가 많고 놀기 좋은 관광지에서 차를 타고 한참 을 깊숙이 들어가 화산 근처까지 가야 했어요. 이처럼 일을 하러 가면 관광지 구경은 못하고 일만 하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처음에는 그게 조금 아쉬웠어요. 거기까지 갔는데 유명한 관광지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하니까.

그러다가 재작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커피가 자라는 곳이 전부 산 근처이다 보니 그 마을에 가면 우리가 흔히 아침에 조깅을 하듯 산길을 달리며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도 그 무리에 합류하기 시작한 거에요. 그들의 하루 일과는 오전 여섯 시에 시작해 오후 여섯 시에 끝나요. 저도 그들의 생활시간대에 맞춰 새벽같이 일어나 함께 달렸어요. 처음에는 아침 에 일어나는 게 귀찮았지만 차츰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죠. 마을 사람들의 삶,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 이런 것들요. 이렇게 산길을 달리다 보면 산지에 오래 머 무르면서 올 수 있는 고산병도 어느 정도 예방 할 수 있고, 일을 마치기까지 튼튼한 체력을 유 지할 수 있어서 여러 모로 좋아요

 

낯선 곳에서 처음 거래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사람들과는 어떻게 친해지셨나요?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관계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해요. 어느 지역에 가건 돈을 줄 테니 무작정 물건을 팔라고 말하면 대부분은 거절해요. 아무런 연고나 네트워킹 없이 낯선 타지인과 거래를 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죠. 특히 중남미의 경우 그들의 입에서 ‘Amigo’ 즉 친구라는 표현이 나와야 함께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요.

 

무연고의 상태에서 시작했으니 많은 노력을 하셨겠어요.

일단 매일 가서 얼굴을 비추고, 먼저 인사를 건넸죠. 싫은 사람도 계속 보다 보면 결국 정도 들고 친해지잖아요. 그렇게 안면을 트고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관계가 형성되고, 구매를 하고, 구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그런 관계들을 하루하루 부지런하게 쌓아나갔어요. 하루아침에 된 건 아니었고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이 있었죠. 그들이 나를 한번 친구로 인식하게 되면, 사업 파트너로서 아무 문제가 없어요.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죠

 

젊은 날에 사업을 시작하신 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어요?

후회는 매일 해요(웃음).  그런데 선택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시행착오에 대한 후회죠. 모르는 걸 물어보거나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는 선배가 없었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가본 거니까. 가보고 고민하자. 가보고 정하자. 그런 생각으로 하나하나 해나가며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과거의 대표님 같은 입장에서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고 찾아오는 후배들도 많은가요?

많죠. 커피 원산지에 방문할 때 그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함께 가기도 해요. 제가 아무래도 하나라도 더 줄 수 있는 유경험자의 입장이니 많이 알려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계속 전하고 있어요. 그게 저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반대로 그 친구들에게 제가 받는 것도 많고요.

 

그동안 맛본 커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의 한 카페에서 우연히 마셨던 에스프레소 블랜딩. 아 이건 평생 마실 수 있겠다 싶었어요. 원재료에 볶는 기술을 더한 참 조화로운 블랜딩 이었는데, 그 당시 커피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그걸 마시고 더욱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다른 음료와는 차별화 된 커피만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유통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커피는 매 순간 달라져요. 농산물이니까요. 벼농사도 매해 다르고, 그 해 농사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결과물도 달라지잖아요. 커피도 마찬가지죠. 또한 나무에서 열린 커피 체리를 가공을 거치고 볶아서 만드는 그 모든 과정들이 사람의 손을 거치다보니 늘 똑같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이런 변화들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금 세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격차가 생겨요.  빠른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때로는 버겁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게 바로 커피의 매력인 거죠.

마시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는 검은 물이라고 표현을 하는데(웃음) 아주 작은 사치라고 생각해요. 큰돈 들이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자기 취향을 분명하게 가질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20대 때는 하고 싶은 건 무조건 다 해보자는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보냈어요. 30대는 어떤 꿈과 직업을 갖게 되건 그것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시간이라 보고 시간과 돈 체력과 에너지를 투자해 왔습니다. 내후년이면 마흔을 바라보는데, 30대 때 투자한 것들을 40대부터 차츰 회수할 거라고 보고 있어요. 그리고 50대 때는 흔히 말하는 정년퇴직이 목표예요. 말이 이렇지 그때도 계속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지만, 정착되어 일하기보다는 돌아다니면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올해만 해도 200일 가까이 되는 날들을 해외에서 보내셨잖아요. 정말 바쁘게 지내고 계신데,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던 대표님만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건 없고 평소 건강관리를 비롯해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괜히 무리를 하다가 병원에 일주일이라도 입원하게 되면 해외 방문 일정이 전부 꼬여버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을 위해서 맛있는 커피를 마 실 수 있는 비결을 전수해주세요.

커피를 잘 아는 사람에게 내려달라고 하세요. 저도 커피를 오랫동안 해 왔지만, 남이 타주는 커피가 가장 맛있더라고요. 만약 당장 내가 커피를 마시고 싶고 커피를 내릴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맛이 고소함인지 신맛인지 혹은 다른 어떤 것인지 본인의 취향을 찾아보세요. 취향을 찾는 방법으로는 평소에 카페에 가서 시즈널 음료들도 다양하게 맛보시고 저처럼 주변에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맛있는 커피를 추천해달라고도 해보시고. 그러다가 결혼도 하는 거고요. 아, 제 주위에 커피에 대해 물어보다가 결혼한 커플이 있거든요(웃음).  어쨌거나 구독자 여러분들 모두 새해에도 맛있는 커피 많이 드시고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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