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E, 지나온 20년 새로운 20년

 

국내 최대 커피 전시회인 서울카페쇼 기간을 맞아 산업 내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는데요. 카페쇼 첫날 저녁, 코엑스 테라로사 매장에서 세계적인 커피 옥션인 컵 오브 엑셀런스(Cup of Excellence, COE)를 이끄는 얼라이언스 포 커피 엑셀런스(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 ACE) 멤버십 모임이 진행됐습니다.

라이언스 커피 로스터스는 2011년부터 ACE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고, 2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멤버십 모임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http://ryanscoffee.co.kr/ryans-issue/1807).

 

 

행사는 COE Senior Manager인 에린 왕(Erin Wang)의 사회로 진행했습니다. 기존 모임에서처럼 ACE와 COE 활동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고, 특히 올해는 브라질에서 처음 COE가 열린 지 20주년이 되는 해로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다양한 계획을 알렸습니다.

COE 활동에 대한 소개는 몇 가지 업데이트되는 내용을 제외하면 지난 글과 동일하기 때문에 따로 적진 않겠습니다. 새로운 소식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National Winner, COE 그리고 Private Collection Auction

 

이번 카페쇼 때 여러 커피가 이슈로 떠올랐지만, 그중 가장 많은 화젯거리는 예멘 커피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 전까지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예멘의 다양한 커피를 전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고, 특히 최신의 가공방식이 적용된 커피와 품종들도 여럿 보여서 많은 관심을 끈바 있습니다.

지난 7월 진행된 예멘 프라이빗 컬렉션 옥션(Private Collection Auction)에서 커피 리브레를 비롯해 엘 카페, 커피 몽타주, 304커피로스터스, 커피플레이스, 에이지커피 등 국내 여러 커피 회사들이 낙찰 받은 게 이번 이슈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중 몇몇 업체가 이번 카페쇼에 키마 커피 CEO인 Faris Sheibani씨를 초청하면서 전시장 곳곳에서 예멘 커피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이 프라이빗 컬렉션 옥션은 기존 옥션과 거의 비슷한 형태지만 성격은 조금 다릅니다. 기존 옥션에서는 ACE가 출품과 심사 등 모든 과정을 현지와 협업해 직접 주관하는 반면, 프라이빗 컬렉션 옥션은 ACE 기준에 부합하는 커피를 생산하는 농부, 협동조합 같은 생산자를 큐레이션 합니다.

예멘 옥션에서는 예멘 커피 소농들의 커피를 다이렉트 유통, 판매하는 키마 커피(Qima Coffee)와 ACE가 파트너십을 맺어 커피를 큐레이션 했고 기존 COE 평가 툴을 이용해 선발된 커피를 심사했습니다.

사실 큐레이션의 정의가 자세히 설명돼 있지 않아 조금 모호한데요. 에린은 COE를 개최할 수 없는 커피 산지를 위한 옥션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며, 산지에서 ACE로 요청했을 때 검토 후 옥션을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큐레이션의 주체는 아무래도 키마 커피의 사례처럼 해당 국가에서 생산되는 스페셜티 커피와 관련된 업체 또는 조직이 주도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ACE가 뛰어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산지를 탐색해 옥션에 부합하는 커피를 직접 큐레이션 한다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겠죠. 현지 사정에 밝은 업체들의 큐레이션을 ACE가 검증하는 형태가 가장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 COE가 취소된 이유, 그리고 새로운 COE 산지

 

커피 산지에서 COE가 진행되기까지는 생산자부터 해당 국가까지 여러 분야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합니다. 국내외에서 심사위원을 초청해 몇 단계에 걸쳐 까다롭게 평가하는 만큼 출품 커피들의 품질이나 수량이 충분해야 하고, 커피 수출입에 필요한 각종 행정이나 물류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규 산지의 경우 COE에 필요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앞서 소개한 프라이빗 컬렉션 옥션이 새로운 대안이 되지만, ACE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적용했습니다. 실제 COE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시범 진행’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프로그램 결과를 통해 향후 지속해서 COE를 진행할지 판단합니다.

올해 마지막 COE 옥션인 페루 COE도 파일럿 프로그램을 거쳐 세 번째 대회를 치르며 정상 궤도에 오른 바 있습니다. 특히 회를 거듭할수록 커피 품질이 높아졌고 이번 COE에서는 90점을 넘은 프레지덴셜 커피(Presidential Coffee)가 5개나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역시 지난 3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COE의 포문을 열었는데요. 아시아권의 주요 커피 산지로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하반기에 계획됐던 옥션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커피 품질이나 수량이 아직은 충분치 않았고,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으로 구성된 나라인 만큼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를 제때 한곳에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에린은 ‘아직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예외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식 COE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내년 첫 COE를 준비하고 있는 에티오피아가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고품질 커피로 세계 커피시장에서 인정받았고 산업 내에서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ECX(Ethiopian Commodity Exchange, 에티오피아 상품 거래소)가 존재함으로 그동안 안정적인 커피 비즈니스를 보장해왔습니다. 아마도 전 세계 커피인이 기대하는 COE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밖에도 에콰도르가 내년에 새로운 COE 커피 산지로서 파일럿 프로그램이 적용될 예정이고, 올해 내전으로 인해 COE가 열리지 못했던 니카라과도 내년에는 정상 가동됩니다.

 

 

새로운 멤버십 그리고 그 밖의 이야기

 

ACE 멤버십은 그동안 커뮤니티(Community)와 베네펙터(Benefactor) 두 가지로 구분돼 있었는데, 이번에 얼라이드(Allied)라는 새로운 멤버십이 도입됐습니다. 커뮤니티와 베네펙터의 절충안에 가까운 성격으로, COE가 열리는 3개 국가의 샘플을 받아볼 수 있고 옥션에 참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됩니다. 참고로 커뮤니티 멤버십은 옥션 참가 권한은 주어지지만 국가별 COE, 내셔널 위너 등의 샘플을 받고 옥션에 등록하기 위해선 추가금을 결제해야 하며, 베네펙터 멤버십은 모든 COE, 내셔널 위너 샘플을 받고 옥션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멤버십은 $325, 베네펙터 멤버십은 $5,000인데, 멤버십 비용에는 샘플 등의 가격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새로 추가된 얼라이드 멤버십은 $1,550으로 베네펙터의 1/3 정도입니다. 그동안 선택을 망설여온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질의 과정에서 나왔던 질문 두 가지가 있었는데요. 먼저 ‘브라질 COE를 프로세싱별로 진행했던 것을 왜 통합했는가’였습니다.

내추럴 프로세싱은 워시드에 비해 아로마, 프래그런스에서 우세한 부분이 있는 만큼, 같은 테이블에서 평가 시 워시드 프로세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프로세싱별 차이로 인해 브라질은 오래전부터 내추럴과 펄프드내추럴로 구분해 COE를 진행했고, 지난 2017년 ACE 모임에서는 TOP 10을 선정하기 전까지 프로세싱별로 따로 평가를 진행했던 바 있습니다(지난 글에 해당 내용이 설명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브라질 COE에서는 오랫동안 구분했던 프로세싱을 통합해서 진행했습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요청한 건데요. 에린은 ’프로세싱의 다양성‘으로 설명했습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가공법들이 어느 기존 범주에 들어가지 않거나 구분하기 모호한 성격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려와 다르게 내추럴 프로세싱이 워시드에 비해 우위에 있지 않다고도 설명했는데요. 실제로 이번 페루 COE에서 21개 커피 중 내추럴 프로세싱에 속하는 커피는 단 한 개에 불과했을 만큼 워시드 프로세싱이 강세를 보인 바 있습니다. 특정 프로세싱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좋은 예인 것이죠.

다른 한 가지는 ‘페루 내셔널 위너 커피가 옥션 전에 미리 판매된 이유’였습니다. 현재 ACE 홈페이지에서 2019 페루 내셔널 위너가 표시돼 있지 않은 이유인데요. 내셔널 커피는 COE 커피들과 근소한 점수 차이를 보이는 훌륭한 커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활발하게 판매되지 않는 경향이 있고, 판매 기간이 길어질수록 커피가 묶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생산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따라서 구매자가 있을 때 빠르게 생산비 등을 회수하기 위해 빠르게 처리하는데, 이번 페루 내셔널 위너가 그런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라이언스 커피 로스터스는 내년에도 베네펙터 멤버십을 유지하고, 심사위원으로 더욱 활발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과연 어떤 커피를 만날 수 있게 될지,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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