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Coffee&Tea 2019년 4월호

 

커피人 토크 (6)

좋은 커피의 기준은 ‘클린컵’과 ‘스위트니스’
계속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찾는다

중남미를 누비며 새로운 생두를 찾아 나선다. 한 잔의 커피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게 하는 커피, 로스터가 당당하게 고객에게 내놓을 수 있는 커피를 찾는 것이다. 우연히 시작한 커피의 길은 산지의 흙과 물, 바람, 햇살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움 그대로의 생두에 온통 관심이 집중됐다. COE옥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스페셜티를 찾아 나선 라이언스커피 노영준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다.

interviewer 정기헌(카페 일상 대표)

 

커피는 경험에 가치가 더해진다

 

커피와 처음 인연을 맺은 계기는 무엇인가?

커피를 알기 전에는 호텔, 리조트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비자 문제로 한국에 들어와서 다시 나갈 준비를 하던 중 잠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직접 만져보고 느껴본 커피에 재미있는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

 

커피와의 만남이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되었는데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이었나?

‘앞으로의 인생에서 뭘 하면서 살아갈까?’ 그리고 ‘일과 생활을 어디에서 할까?’라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그때 커피와 관련된 일에 흥미를 느꼈다. 로스팅과 추출 모두 재미있었고 궁금한 점이 점점 늘어갔다. 그런 중에 Q그레이더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 공부를 하면서 커피생산지가 궁금해졌다. 어떤 커피를 만날 수 있을지 어떤 향미를 담고 있을지 미지의 세계였다.

커피를 시작하기 전 마음속에 늘 품고 있던 삶의 계획이 있었다. 첫째는 외국어를 5개 이상 하고 싶었고, 재미있게 여행을 다니며,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자는 것이었다. 커피를 하면서 생두를 발견하기 위해 생산지에 집중한다면 이런 것들이 한 번에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커피는 앞으로 40년 정도는 계속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가 소진되는데 커피는 다가가고 집중할수록 내 것이 되고, 경험에 가치가 더해진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70세가 되어서도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커피를 시작했다. 커피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

2008년부터 시작해서 3년간 정말 많이 찾아다니며 배웠다. 그때 Q그레이더 프로그램과 다양한 커피교육 붐이 일어날 때였다. 커피와 관련된 것이면 무조건 참여하고 공부했다.

 

조그만 공방에서 로스팅과 커핑을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처음 문을 연 것은 언제인가?

30세가 되던 2011년 용산에 공방을 준비했다. 생두 수입사에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도 했지만 직접 계획한 경험들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공방에서 커피를 판매하기도 했지만 카페의 기능보다 생두를 테스트하는 것에 집중했다. 공방을 열고 첫 번째 목표는 한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커피는 다 먹어보고 테스트해보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교류하고 함께 커핑했다.

 

스페셜티커피의 가능성에 집중하다

 

커피를 업으로 시작할 때 초기부터 생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인상적이다. 수년간 스페셜티커피, 그중에서도 COE커피들에 집중했었다.

커피의 맛과 향은 결국 산지에서 결정되는데 당시에는 산지에 대한 정보가 극히 드물었다. Q그레이더 프로그램도 교육에 중심을 두고 있어 산지와의 연계는 없었다. 그러던 중 COE옥션을 통해 산지의 특별한 커피들이 소개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그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COE는 어떻게 움직이고, 누가 선별하고, 누가 사는지 또 어떻게 재배하는지 궁금했다. 옥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회원이 되어야 했는데 회비가 400만 원 정도였다. 2012년도는 부분적으로 한두 개 나라 경매에 참여했고,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옥션에 참여했다. 함께 커핑하던 분들과 힘을 합쳐서 진행했다.

 

COE옥션은 다양한 스페셜티커피를 직접 참여해 낙찰받는 것이 온라인에서 공개되는 구조여서 많은 로스터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옥션 진행은 어떤 과정으로 하는가?

COE공식사이트에서 구매자로 등록을 하면 경매 전에 순위에 오른 커피 전체를 샘플로 200g씩 받을 수 있다. 어떤 커피를 구매할지 미리 커핑을 하고 지정된 날 경매를 하는데 시차 때문에 주로 새벽에 진행되고 심장이 쫄깃해진다. 그리고 낙찰을 받으면 생두가 배송되는 구조다. 이때 10개 나라의 특별한 커피 샘플을 다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한 나라의 최상위급 커피를 매해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2015년엔 8개 나라의 COE옥션에 참여했다. COE옥션은 세계 커피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만들었나?

스텀프타운, 인텔리겐차 등 이슈가 되었던 카페들이 특별한 생두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세계적인 이슈가 된 것이다. 커피시장에서 좋은 재료의 커피를 찾는 리딩소비자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반영된 것이고, COE가 붙은 커피는 특별하다는 인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14~2015년에 라이언스커피를 통해 구입한 커피의 품질이 꽤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도 옥션에 참여해서 생두를 가져오는 것이 확장되었나?

2016년부터 COE옥션의 정책이 바뀌었다. 경매 시작 가격을 파운드당 4불에서 7불로 바꿨다. 그리고 85점 이하의 커피를 내셔널 위너로 분류해 라운드를 달리해서 4일간 경매를 진행한다. 거기에다 90점 이상은 프리덴셜이라고 해서 커피의 양을 절반으로 나눠 더 많은 경쟁을 부추기게 되었다. COE의 인지도가 높아지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비슷한 품질의 커피가 kg당 만원이 올랐고 결국 국내 공급가가 2만 원이던 생두가 3만 원이 넘게 됐다.

 

스페셜티커피, 신맛은 싫어요

 

2015년 즈음부터 국내 생두수입사들이 꽤 좋은 품질의 생두를 소량 다품종으로 소개했다. 선택의 폭이 꽤 넓어졌는데 해외나 국내의 스페셜티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었나?

COE의 운영정책에 거부감을 가진 몇몇 나라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콜롬비아, 부룬디, 르완다,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등이다. 그리고 COE와 유사한 옥션이 많이 생겼고 더욱 비싼 커피가 마케팅 목적으로 등장했다.

 

라이언스커피 역시 샘플링은 계속했지만 옥션 참여 빈도는 줄었다.

국내 스페셜티커피 시장은 2가지 모습으로 나누어졌는데 kg당 3만 원이 넘는 고가의 커피를 즐기는 소규모 시장과 스페셜티커피의 범위를 넓게 해석한 오히려 낮은 가격의 스페셜티커피 시장이 늘어났다. 그 사이에 신맛의 불편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있다.

 

그즈음 소비자들이 유행처럼 이야기하던 말이 ‘신맛은 싫어요’다. 아시아 주변국들의 상황은 어떤가?

홍콩, 대만, 중국은 스페셜티커피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트렌디한 커피에 많은 이들이 호응을 보였다. 일본은 다양한 커피 소비층이 두텁다. 비싼 재료를 사용한 커피가격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가치를 인정하니 좋은 재료를 계속 수입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노영준 대표는 최근 매해 산지를 다니며 생두를 찾아서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주변의 커피로스터들에게 “싸고 좋은 것 없나?” 이런 질문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듣는데 싸고 좋은 것은 별로 없다. 특별한 마케팅비용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면 가격에 맞는 맛과 향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국내 로스터들을 산지에 안내해서 힘을 합쳐서 좋은 생두를 가져오자 해도 농장주에게 따로 연락해서 혼자 가져오겠다는 사람들이 많다.(웃음) 현재 중국 수입사들은 돈을 턱 내놓고 좋은 콩 달라, 이것보다 더 비싸고 좋은 것 달라고 하는 분위기다.

 

국내 로스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그룹을 형성하고 힘을 모아야 좋은 재료를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소규모의 생두수입사와 로스터가 뭉쳐야

 

생두수입사들이 돈을 버는 것은 스페셜티가 아니라 커머셜이라고들 한다. 라이언스커피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나?

산지의 농장주들은 구매력이 있는 사람과 좋은 커피를 골라서 구입하는 사람을 늘 알아보고 있다. 소규모의 생두수입에서는 스페셜티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차고 넘치는 것이 커머셜이다. 고품질의 커피를 계속 찾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커머셜을 늘릴 계획이다.

그리고 생두가격은 전부 오픈되어있다. 소규모의 수입사와 구매자가 뭉쳐야 한다. 가격을 몰라서 사지 않는 것이 아니다. 뭉쳐야 구매력을 키울 수 있다.

 

라이언스커피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생두는 어떤 지역인가?

콜롬비아, 과테말라,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쪽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중미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교류를 시작한 농장에서 커피를 가지고 오게 되었다. 아프리카도 늘려갈 계획이다.

 

커피 산지로 가는 길이 꽤 먼데 여행도 겸하고 있나?

산지에 도착하기 전에 미국을 경유하면서 샌프란시코, 마이애미, LA 등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지금은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최단 코스로 간다. 에어로맥시코를 이용해 멕시코시티에서 목적지로 바로 간다.

 

3년 전부터 COE인터내셔널 저지로 활동하고 있다.

매년 심사위원을 지원하고 오케이 사인이 오면 COE를 진행하는 나라의 스케줄을 보고 참여한다. 옥션을 진행하기 한 달 전에 심사를 하고 4일간 4번의 라운드를 진행한다. 최종 탑 10은 다시 평가를 한다.

 

여러 나라에서 참여한 심사위원들과 함께 커핑을 하는 것이 즐거운 경험일 것 같다. 어떤 분위기인가?

커핑 자체는 동일하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고 트렌디한 커피를 만났을 때 분위기가 평가에 반영되기도 한다. 즉 시스템 안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선호도에 따라 점수가 좌우될 수 있다.

무산소발효커피에 대해 아주 좋은 점수를 준 심사위원과 좋지 않다는 주장이 상반되게 나왔다. 그래서 탑 10에 올랐지만 최종 점수가 좋지 않게 나온 경우도 있다. 그리고 COE에 출품을 하고 먼저 생두를 팔아버려 문제가 된 농장도 있고 COE에 출품하지 않았지만 양질의 다른 생두를 만날 수도 있다.

 

최근 무산소발효커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너무도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산소를 뺀, 말 그대로 진공상태가 있고 CO2를 첨가하기도 한다. 어떤 통에 담아 둔 것인지, 기간, 온도, 계측장비, ph조절 등 수없이 많은 방법이 실험되고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기보다는 기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곳은 그레인프로를 몇 겹으로 해서 묶어놓고 무산소발효라고 하는 곳도 있다.

 

계속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좋은 커피다

 

커피를 찾아서 누구보다 집중하고 산지에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좋은 커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비자에게 좋은 커피는 돈 주고 사 먹을 때 아깝지 않은 커피다. 로스터에게 판매할 때는 가성비 좋은 커피고 일반적으론 10명 중에 7명에게 호감을 주는 커피다. 그리고 좋은 커피의 시작점은 나쁘지 않은 커피부터다. 커피를 바라보는 시점이 각자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누구에게 어떤 목적의 커피인가가 중요하다. 돈을 벌 수 있는 커피도 좋은 커피다.(웃음)

 

스페셜티커피는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나?

마실 때 이물감이 없는 클린컵과 단맛이 좋은, 스위트니스가 풍부한 커피다. ‘향미에서 독특한 무엇이 느껴지는 커피’와 같은 대답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은 호불호와 트렌드의 문제다. 무산소발효커피 등이 주목받지만 그 향미를 선호하지 않는 곳에서는 단지 비싼 커피일 뿐이다. 게이샤가 좋다고 하는 것도 향이 폭발적인 것도 있지만 클린컵과 스위트니스가 단단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이 좋은 커피가 다시 마시고 싶은 커피다. 화려한 향미의 감동이 계속된다면 즐겁지 않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커피소비자들이 스페셜티커피를 느끼고 이해하는 정도가 늘어났나?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가 너무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것이 선입견이 되어 즐기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신맛이 도는 것을 긍정적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좋은 커피에 다가가다가 신맛의 벽에 부딪치는 사람들도 있다. 스페셜티커피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과 로스터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담고 있다. 결국 좋은 재료로 좋은 커피를 만드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라이언스커피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커피에 매진한 지 10년이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분명하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 당장의 수익만을 쫓지 않고 스페셜티커피를 찾아 국내에 소개할 것이다. 오래 계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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