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진행됐던 ‘2017 호텔, 레스토랑, 바 산업전’에서는 세 개의 커피대회가 열렸는데요. 세계대회로 급성장 중인 ‘월드 라떼아트 배틀(World Latte Art Battle)’과 입안의 감각을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분별하는 ‘마스터 오브 커핑(Master Of Cupping)’ 그리고 신생 대회로 브루잉 커피 대결을 펼치는 ‘마스터 오브 브루잉(Master of Brewing)입니다.

 

| 백룸에서 연습 중인 두 선수

라이언스 커피 로스터스의 노영준 대표는 모처럼 심사위원이 아닌 선수로서, ‘마스터 오브 브루잉’ 대회에 참가했는데요. 결론은 본선 진출에 그쳤습니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그 날의 이야기를 정리해봅니다.

 

개인이 아닌 팀 대회, 본선 이후부터 시그니처 메뉴 추가돼

마스터 오브 브루잉(MOB) 대회는 브루잉 커피를 메인으로 다루는 대회입니다. 일반 대회와 다른 점이 있었는데요. 몇 가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 MOB는 2명이 팀을 이루게 됩니다

일단 MOB는 개인 대회가 아닌 팀 대회입니다. 2명이 짝을 이루어 추출 시연과 발표 등의 역할을 나누게 되는데요. 역할이 나뉘는 만큼 각 선수의 부담도 적어진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시연에 맞춰 적절하게 설명하기 위해선 오히려 두 명의 호흡을 맞추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4명의 심사위원 외에 10명의 패널심사위원이 함께 평가합니다

심사 부분 역시 특이했는데요. 전문 심사위원 4명(센서리 3명, 테크니컬 1명) 외에 패널 10명이 함께 했습니다. 따라서 선수들은 심사위원 커피 3잔 외에 패널심사위원 커피 10잔도 추출해야 했습니다. 예선 평가는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이었습니다. 심사위원은 백룸에서 서빙된 커피만 맛보고 평가하는 것이죠.

 

| 예선전에서는 두 팀이 대결을 펼치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MOB는 예선, 본선, 결선으로 나뉘어 치러집니다. 예선은 두 개의 팀이 맞붙는 토너먼트로, 본선 이후는 한 팀이 나와 시연을 보이는 경연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본선부터는 시연 발표(Presentation)와 시그니처 커피가 추가되며, 결선에서는 패널이 빠지고 심사위원 커피와 시그니처 커피만 서비스합니다.

 

라이언스 커피 로스터스의 MOB 대회 이야기

노영준 대표는 신림 마티스 커피의 하진심 바리스타와 팀을 구성했습니다. 하 바리스타는 전날부터 진행됐던 마스터 오브 커핑 대회에 참가하면서 대회 전후로 상당히 분주하게 보내기도 했죠. 각종 커피 대회 심사위원이나 선수로 경험 많은 두 사람이었는데요.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초심을 잊지 말자’는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팀명은 ‘커피를 이야기하다’였습니다.

 

| 예선전을 치르고 있는 두 선수

일단 예선은 3위로 통과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는데요. 패널심사위원 커피는 에티오피아 코케(워시드)와 에티오피아 아바야 게이샤(네추럴)을 각각 추출한 뒤 블렌딩 했습니다. 각각 최적의 상태에서 추출한 뒤 섞었기 때문에  더욱 향미가 선명했습니다.

심사위원 커피는 패널심사위원과 동일한 커피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윌파가 아닌 드리퍼를 사용해 좀 더 섬세하게 추출했는데요. 특히 하리오 드리퍼와 고노 드리퍼를 겹으로 사용해 각 커피가 갖고 있는 향미와 산미를 극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 크루브를 사용 중인 노영준 선수

이번 대회에서 두 선수는 크루브(Kruve)라는 새로운 툴을 사용했는데요. 크루브는 일종의 스크리너(Screener)로서, 크기가 다른 구멍이 뚫려 있는 여러 개의 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분쇄된 커피 가루를 각 판에 올려놓고 털어내면 구멍 크기에 따라 걸러집니다. 보다 일정하고 균일한 크기의 커피가루를 얻을 수 있죠.

잘 알려진 것처럼 커피를 추출할 때 커피 가루의 분쇄도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커피 가루는 뜨거운 물과 만났을 때 제각각 추출이 일어나기 때문인데요. 이런 변수가 많아질수록 추출자는 결과물을 예상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면 크기가 일정하게 분쇄된 커피 가루는 변수가 줄어들어 결과물을 예상하기 쉬워지고, 추출자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를 집에서 추출할 때 맛이 달라지는 이유 중 하나이죠.

 

| 오렌지 껍질로 향을 더했습니다

이후 본선에서는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였습니다. ‘아로마 서핑’이라는 대회 부제에서 모티브를 얻은 메뉴였는데요. 앞선 시연에서 사용했던 커피와 같은 커피를 사용했지만 핫 메뉴가 아닌 아이스메뉴였습니다. 여기에 꿀과 홍차를 섞어 우린 특별한 에센스를 베이스액으로 사용했고, 마지막으로 오렌지 껍질(Peel)을 이용해 향을 더하면서 화사하면서도 밸런스를 갖춘  ‘아로마 서핑’이 완성됐습니다.

 

본선 결과는 5위였습니다. 4위 팀과 채 1점도 차이 나지 않은 근소한 차이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아쉬움도 아쉬움이었지만,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선 이번 대회를 정확하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두 선수는 디브리핑(Debriefing)을 신청해 시연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대회의 콘셉트와 유명무실한 공식머신

대회 진행에 대한 아쉬움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먼저는 공식머신에 대한 부분입니다.

 

| MOB 공식 커피머신 윌파(Wilfa)

MOB는 공식머신이 지정돼 있습니다. 바로 윌파(Wilfa)인데요. 윌파는 온도 유지와 유량 조절 기능 등을 가진 커피 메이커로 유명하죠. 공식 그라인더는 디팅(Ditting)의 804 LAB였습니다. 공식 커피, 공식 그라인더, 공식 브루어 등 추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요소가 고정돼 있다고 볼 수 있죠.

결국 선수들이 개입할 수 있는 요소는 상당히 제한된 상황입니다. 블렌딩도 제한적이고, 분쇄도 정도가 거의 유일할 텐데요. 그래서 일부에서는 ‘수율 대회가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공식머신만 사용해야 했던 건 아닙니다. 선수들은 추가적인 도구를 지참할 수 있었는데요. 다만, 머신을 사용해 표현할 수 있는 커피의 한계가 명확했던지, 대부분의 참가팀이 패널 커피는 윌파를 사용하는 반면 심사위원 커피는 따로 가져온 추출 도구를 사용했습니다.

 

| 테이블 위에 놓인 윌파

결국 선수들은 두 종류의 커피를 따로 준비해 각각 평가받은 셈입니다. 팀을 구성했기 때문에 두 종류의 커피를 준비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의 콘셉트나 패널심사위원의 의미가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형태였습니다. 다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공식머신이 단지 스폰서 확보를 위해 구색을 맞춘 정도에 그친 것 같아 보였습니다.

 

또 다른 아쉬움은 사회자의 진행이었는데요. 사실 커피 대회는 전문 MC를 기용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능숙하게 진행하는 사회자를 보기란 쉽지 않죠. 이번 MOB 역시 전문 사회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인터뷰에서 말문이 막히거나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헷갈리는 등 전반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다는 인상이 강했는데요.

 

무엇보다 심사발표 집계를 기다리는 동안  퀴즈 시간을 진행할 때는 미리 질문을 준비하지 못해 관객들에게 도리어 물어보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 퀴즈 시간은 심지어 예선과 본선을 거치면서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여전히 준비 없이 나온 모습이었습니다. 사회자는 대회의 얼굴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주최 측에서 이 부분을 너무 간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시연을 마친 두 선수

 

다음 대회에서는 MOB만의 명확한 방향성과  세련된 운영 방식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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