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Coffee&Tea 2017년 10월호 ‘끝이 없는 커피의 길, 든든한 동반자’

 

끝이 없는 커피의 길, 든든한 동반자

꾸준한 연구로 매년 발전하는 콜롬비아 커피시장

 

과테말라를 지나, 커피여행의 종착지는 콜롬비아로 정했다. 콜롬비아는 워낙 커피산지로 유명한 곳이라 매년 2회 정도는 방문하는 것 같다. 콜롬비아는 생산량이 많아 과테말라보다 공급이 안정적이고, 농장의 규모도 훨씬 크다. 아무래도 과테말라보다 나라의 면적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방문에서는 단순히 농장탐방이나 옥션에 치우치기보다는 ‘커피’에 집중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했다. 커피전시회 참여, 바리스타 대회 심사, 커피연구소 방문 등의 활동은 콜롬비아커피, 더 나아가 ‘커피’ 자체를 이해하기에 더욱 도움이 됐다.

 

Editor 차은희

 

퀸디오주에서 열린 커피 전시회

커피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분야다. ‘이쯤되면 웬만큼 아는거 아닌가?’싶다가도 어느 새 모르는 이야기가 톡 튀어나온다. 새로운 연구결과, 새로운 기술이 매주, 매달 발표되고 사용해 보고 싶은 기계가 출시된다. 끝이 없는 분야다. 그래서 매번 공부해야 한다. 공부해서 남 주나? 다 내꺼다. 공부하자. 새로운 걸 직접 보고, 사용해보고, 확인하자. 내가 틈만 나면 해외 커피시장을 탐방하러 떠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과테말라에서 콜롬비아로 넘어오니 벌써 5월 18일이었다. 5월 연휴를 시작으로 시작된 여행이 벌써 열흘이 넘게 지속되고 있었는데, 콜롬비아에서는 지금까지 돌아다닌 것만큼 머무를 예정이었다. 다른 곳처럼 명확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여독을 풀면서 커피관련 공부를 진행하고자 방문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는 땅이 넓다. 때문에 지역별로 고도나 형태가 달라 커피에 반영이 많이 된다. 전반적으로는 비가 많이 오고 고지대가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 지대가 낮으면 밀도차 때문에 산미가 낮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방문은 퀸디오 지역과 안티오키아 지역에 방문했다. 퀸디오는 아주 높지 않은 이상 약 1,000~1,300m의 산맥이 광활하게 펼쳐졌고, 안티오키아는 1,000~2,000m로 편차가 큰 편으로 자잘한 산맥이 많이 솟아있다. 우기는 5~8월로 내가 방문한 때가 딱 우기여서 오후 시간에 비가 많이 왔다. 비가 오면 햇빛에 말리던 작물을 빨리 걷어야 해 레일형이나 비닐하우스의 형태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과테말라와 조금 다른 부분은 농장주들이 콜롬비아커피생산자협회(The National Federation of Coffee Growers of Colombia,FNC)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다. 또한 커피협회나 주정부의농수산협회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농장주의 개인적인 의견이 크게 반영되는 과테말라와 다른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점은 과테말라는 농장규모가 작아서인지, 농장주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서인지 자기네 모종을 심어서 관리하는데 반해, 콜롬비아는 파종을 사와서 관리한다는 점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 퀸디오에서는 커피전시회인 Eje CAFE 2017이 열리고 있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이곳은 생산자가 많아서인지 커피관련 물품과 농사기구들도 상당수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페쇼, 서울커피앤티페어 등 다수의 커피전시회가 있지만 곡괭이나 삽, 호미 같은 것을 판매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우리가 익히 아는 전시회는 커피 추출기구나 커피관련 기물 등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콜롬비아 각 농장의 생두나 로스터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직접 브루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콜롬비아가 아닌 다른 나라의 커피를 브루잉했는데, 콜롬비아는 다른 나라의 생두수입을 금지하고 있어서 이 부분을 신기해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맛들이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에서는 커피가 주요 수출품으로 병충해 피해나 자국판매량에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생두수입이 금지됐다. 원두는 수입 가능하지만, 생두는 전면 금지되어 있다.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쌀수입에 많은 농민들이 반대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자국의 농산물의 상태와 판매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에서는 반가운 얼굴과 함께 했다. 제주도 코알라커피의 추영민 대표가 아들과 함께 콜롬비아에 방문해 바리스타대회 심사와 생두평가에 함께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열린 바리스타 대회는 지역 바리스타 대회로 이 대회에서 순위권에 오르면 내셔널 본선 무대에 진출하게 된다. 약 20~25명 가량 참가했고,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국이 아니기에 출품작이 어느 나라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한 심사포인트이자 볼거리인 것에 반해, 콜롬비아는 생두수입이 금지되고, 자국 생두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콜롬비아 생두를 사용해야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다양성이 부족했던 부분이다. 물론 다른 나라의 커피로 나와도 되지만, 콜롬비아 것이냐 아니냐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심사포인트이기 때문에 대부분 자국 생두를 들고 출전했다. 센서리의 입장에선 생각보다 채점이 객관적이고 타이트하게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디테일하게 평가해 웬만큼 콩이 좋거나 선수가 PT를 잘 하지 않는 이상 지역 예선에서 탈락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리스타대회에 쏠리는 관심이 어마어마한데, 콜롬비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심사위원은 6~7명 정도. 아무래도 콜롬비아는 땅이 커 체류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치열한 카페시장에서 뭐라도 하나 해보려는 노력들이 아닐까 싶다. 너도나도 심사위원에 도전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몇몇 대회에선 선수 신청보다 심사위원 신청이 더 빨리 끝난다. 선수와 심사위원 모두 해 본 사람으로, 단순히 보여주기에서 끝날 것인지, 자기 발전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과 이후의 행보가 중요한 것 같다.

전시회가 끝날 때 즈음엔 옥션도 진행했고, 라이언스는 올해 역시 랏을 낙찰받아 9월 둘째주 정도에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해당 원고는 9월 초에 작성되었음). 이번 옥션에는 15개 정도의 랏이 나왔고, 전반적으로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밸런스와 단맛이 좋았다.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 콜롬비아의 특징처럼 무난하게 좋은 느낌이었다. 내가 낙찰받은 랏은 6번 랏으로 프루티, 캐러멜, 사과, 블랙베리와 같은 검붉은 과일의 느낌이 특징이다.

현장에서 옥션할 때 포인트는 내가 원하는 랏을 구매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하던 랏에 경쟁자가 붙어 가격이 올라가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옥션에 참가할 때는 맛뿐만 아니라 물량, 가격 등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마지노선의 가격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남 그리고 소통

전시회 이후엔 커피 자체에 대한 다양한 공부가 가능한 활동을 했다. 우선 Valley Cocora 국립공원에 방문했다. 이 지역에만 자라는 나무가 있는데 키가 굉장히 크다. 콜롬비아에 가면 꼭 한 번 방문해보기 바란다. 꼭대기까지가면 그곳에만 사는 벌새를 볼 수 있고, 치즈랑 커피를 먹을 수 있는데, 그 맛이 별미다. 딱딱한 치즈를 커피나 코코아에 찍어먹으면 쫀득쫀득해지는데, 그 맛을 한국에서 구현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아 아쉬웠다.

살렌토(Salento)의 한 카페에 방문했는데, 이 카페는 자체 농장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맛도 분위기도 괜찮았는데, 카페주인이 우리에게 내추럴이나 허니를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우리가 소비국이다보니 우리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해 많은 부분을 자세히 이야기해 줬다.

우리나라에 동서가 있다면 콜롬비아에는 Buencafe가 있다. 대규모의 인스턴트커피 공장인데, 내부시설 사진은 못 찍게 해 아쉬웠다. 인스턴트커피 이외에도 커피로 만드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곳으로, 생산량도 판매량도 많은 곳이다. ‘동결건조’라고 해서 롤러가 있는데, 롤러가 커피를 얼리고 긁어서 덩어리로 만든 뒤 진하게 추출해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고 한다.

전부 전자기계식으로 기술자가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점점 사람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다. 한 곳에 있는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제품개발과 커피의 질이 꾸준히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한다. 대규모라 커피의 질이 균일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Buencafe가 생산하는 공장이었다면 Cenicafe는 커피 종자를 연구하는 곳이다. 카페가 아니다. 실외기상계측기가 있어 지역마다 날씨를 공유해 분석하고, 그 안에서 어떤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해준다. 커피를 주로 하지만 다른 농작물도 함께 연구한다. 지역별로 땅과 날씨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해 농장주에게 결과를 제공하는, 국립연구소다.

초반에 콜롬비아는 과테말라와는 달리 정부의 자료를 신뢰하는 편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나라에서 Cenicafe를 체계적으로 운영해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각종 벌레와 자연 관련된 표본을 전부 수집해 보관하고 있었고, 당연히 커피에 들어가는 벌레의 표본도 있었다.

콜롬비아는 현재 게이샤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워낙 세계적으로 좋다고 하니 게이샤를 다루고 싶어 하는데, 아직 프로세싱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이제 시작단계라 1~2년 안에 수준급의 게이샤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지 기대가 되는 곳이다. 생산량도, 품종도 많은 곳이라 분명히 게이샤가 나오긴 하는데, 기존의 프로세싱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따라가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콜롬비아까지 가서 농장방문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전의 일정처럼 정확한 목적이 있던 것이 아니라 즐기듯 다녔다. 지난 12월 지역경매에서 낙찰한 농장인 퀸디오의 라 오르키디야(La Orquidea)에 방문했는데, 농장주가 군인출신이 라그런지 상당히 깔끔했다. 1,700m가 넘는 고도에 위치한 농장으로 추석 이후 라이언스에서 만나볼 수도 있다. 이곳은 가능성을 보고 거래를 하고 있다.

농장주가 소비국의 피드백에 관심이 많았고, 우리의 요구사항에 맞춰줄 의향이 충분해보였다. 랏은 작지만 꾸준히 운영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전량매입했는데, 대신 퀄리티 유지에 신경 써달라고 신신당부했고, 그쪽에서도 최대한 맞춰주기로 약속했다. 농장과의 계약은 길게 보는 것이 좋다. 한 해만 진행하고 다른 곳으로 바꾼다면 매년 농장을 선택하는 것도 큰일이다.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보다 프렌드십 관계로 발전된다면 농장 쪽에서도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몇 군데의 농장과 카페를 더 방문했다. 메델린에서는 카페투어를 했는데, 갈 때마다 카페나 식당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던 골목에 이번에는 카페와 밥집이 생겼다. 콜롬비아가 계속 발전하는 것이다. 큰 일정을 끝내고 쉬엄쉬엄 다니다가 카카오농장에 방문했다.

마쎄오(Maceo)지역에 있는 카카오농장인데, 다른 곳에 비해 완만한 느낌이었고 이제 막 만들어지고 있는 농장이었다. 약 1,000m의 고도였는데 콜롬비아에선 고지대는 커피를, 중저지대에서는 카카오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에 대해 관심이 생겨 방문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커버춰만 만나볼 수 있는데 최근 원재료에 대한 관심이 생겨 생산과정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나라도 디저트시장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만으로는 승산이 없다. 커피와 어울리는 시그니처 디저트가 있으면 훨씬 좋다. 그 중에서도 달콤한 초콜렛은 씁쓸한 커피와 잘 어울리는 재료다. 이 때문에 일본처럼 디저트가 발달된 곳은 카카오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고, 한국은 이제 시작단계로 보인다.

콜롬비아는 커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너무나 익숙한 곳이다. 마치 옆 동네 같다. 매년 방문했고, 앞으로도 쭉 방문할 계획이다. 올해 콜롬비아에서 사람들이 한국에 방문하기로 했다. 그들이 한국에 오면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된다. 생산국에서는 소비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커피시장에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어 한국 커피와 한국 커피인을 항상 궁금해 한다. 지금까지는 말로만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직접 눈으로 봐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빨리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약 한 달여 간의 산지투어가 끝이 났다. 실망스러웠던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 크게 만족한 여행이었다. 전보다 다양한 활동을 했고, 많은 곳을 방문했다. 당분간 중남미에 집중할 예정이다. 분명 또 방문할 예정이라 누군가는 지겹지 않냐고 하지만 방문할 때마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전혀 지겹지 않다. 오히려 다음 방문 때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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