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된 아티클을 복원했습니다. 2018년 연말에 진행한 커핑 내용입니다.

커피의 미래를 만나다 with 월드 커피 리서치

 

 

지난 12월 6일. 라이언스 커피 로스터스에서는 굉장히 의미 있는 커핑이 있었습니다. 조금 거창하지만 ‘커피의 미래’를 만났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커피 품종의 새로운 가능성 그리고 차세대 품종에 대한 기대감을 엿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커핑에서 선보인 커피들은  ‘월드 커피 리서치(Word Coffee Research)’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WCR은 양질의 커피를 키우고 보호하면서 커피 생산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도 연구합니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과업 중 하나는 지속성입니다. 좋은 품질을 가진 커피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죠.

이번 커핑은 커피 리브레의 서필훈 대표님께 WCR의 샘플이 전달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레트로60의 곽승영 대표님이 커핑을 요청하면서 성사된 자리였죠. 흔쾌히 샘플을 나눠주시고,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두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온난화, 위협적인 변화

알다시피 전 세계의 환경은 급변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온난화는 가장 대표적인 환경 변화인데요. 기온은 커피가 생육하는 데에 있어 절대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피 벨트(Coffee Belt), 커피 존(Coffee Zone)으로 커피 생산지역을 구분할 때 기준이 되는 것도 기온이죠. 그만큼 온난화가 커피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합니다.

 


| 2011년 기준, 커피 재배가 가능한 지역을 표시한 커피 벨트. 초록색으로 표시된 국가는 커피 생산량 상위 20개국을 뜻한다 (c)위키백과

 

미국 국립과학원은 온난화로 인해 2050년에는 현재 커피를 생산하는 지역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고 예측했고, 국제커피기구(ICO) 역시 2050년 동남아시아 커피 재배 가능 지역의 70%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며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기온은 강우량이나 일조량 같은 환경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다시 커피의 수확 시기나 병충해 발생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결과적으로 커피 생산량과 품질을 좌우하게 됩니다. 환경의 변화를 사전에 감지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에 대응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더이상 맛볼 수 없는 커피들

병충해는 또 다른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품종’의 지속성을 위협하기 때문인데요. 아무리 좋은 품질의 품종이라도 병충해에 취약하다면 생산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병해로는 커피 녹병(Coffee Leaf Rust)이 있죠. 커피 잎에 황갈색 반점이 생기는 병으로, 주로 아라비카 품종에서 발생합니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이 커피 녹병으로 인해 최근 생산량이 30%나 줄어들 만큼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예를 들어 기온이 낮은 고지대 커피 농장에는 미생물 번식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병충해가 덜했는데, 최근 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전에 없는 병충해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커피 생산량과 품질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 것은 물론입니다.

무엇보다 환경변화가 커피 재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사례는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더이상 맛볼 수 없는 커피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속성을 위한 노력

WCR은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각 지역의 대표 품종들을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는 것입니다(International Multilocation Variety Trial). 원 지역의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재배지를 찾는 것과 함께, 지역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던 커피 품종이 새로운 환경에서 갖고 있던 특징을 어떻게 발현하는지 살피는 연구입니다. 현재 WCR은 22곳의 국가에서 재배되는 35종의 품종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이번 커핑에서는 과테말라에서 재배된 21종의 커피가 소개됐습니다. 이 커피들은 후에후에테낭고(Huehuetenango) 주의 샌 앤토니오(San Antonio) 지역에 있는 차기테 농장(Finca Chaguite)에서 재배됐습니다.  고도는 1600m, 3년생 커피나무에서 수확했으며, 모든 커피는 최대한 동일한 가공 과정을 거쳤습니다. 21개의 품종에는 원종에 가까운 커피부터 몇 세대 이상의 개량종,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품종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이번 커핑의 목적은 스코어를 매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향미(Fragrance, Aroma), 맛(Flavor), 질감(Mouthfeel), 총점(Overall) 등 4가지 항목에서 각자 ‘베스트 3’를 선택해 품종별 경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아시아 시장의 취향과 선호도를 볼 수 있다면, 향후 생산지에서도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특정 품종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생산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커핑은 일반적인 방식과 같은 프로토콜로 진행됐습니다.

 

 

커핑 결과

커핑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일단 커핑 결과는 웹(Web)에서 바로 체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편리하게 입력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역시 한 번에 살펴볼 수 있었는데, 다만 국내에서 총 4회 진행될 예정의 행사로, 이번 커핑은 세 번째 결과여서 누적된 수치로만 볼 수 있었습니다. 특정 회차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해선 캡처된 자료를 두고 약간의 산수를 해야 했습니다.

 

 

결과가 흥미롭다고 한 이유는 구성원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경향성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향, 맛, 질감에 있어서 동일한 선호도를 유지하는 품종이 있는 반면, 제각각인 품종도 있었습니다. 경향성도 품종별로 상당히 두드러졌습니다. 일부 품종은 특정 항목에서 몰표처럼 체크되기도 했죠.

 


| 총평 항목의 일부 내용. EC15 품종은 전 항목에서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였다

 

높은 선호도를 보였던 품종은 EC15, Bourbon Rosado, Mundo Novo 등 인데요. 자세한 결과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날 같은 커핑을 리딩했던 레트로60의 곽승영 대표는 특별한 경향을 보였던 품종 중에서도 ‘핑크 버번(Bourbon Rosado/Pink Bourbon)’이 기대된다고 코멘트 했습니다. “원산지에서 재배됐을 때는 미미하게 보였던 특징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재배와 가공기술이 발달되면서 보다 선명해졌다. 실제로 2년 전 콜롬비아를 방문했을 때 맛본 핑크 버번은 기존에 알고 있던 핑크 버번이 아니었다. 맛이 굉장히 좋았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진다면 차세대 유망 품종으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상당한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 레트로60 곽승영 대표

 

농업에 있어 종자의 중요성은 오래 전부터 주요한 화두 중 하나였습니다. 병충해에 강하면서도 맛과 품질이 뛰어나고 생산력까지 뛰어난 종자를 개발하는 것, 미래의 식량 산업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노영준 대표 역시 지난 코스타리카 COE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방문했던 스타벅스 커피랩에 대한 경험을 나눴습니다. “스타벅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품종 연구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 커피 품종을 수집해 코스타리카 커피랩 같은 지역에서 재배하면서 다각도로 테스트 중이다. 연구 중인 품종 중에는 이미 3~4대 생산 사이클을 거치면서 안정화된 것도 있다.”

아마도 당장은 생산지에 나오는 일은 없겠지만 환경 변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선, 이들의 커피가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스타벅스는 커피, 공간, 서비스에 이어서 원재료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는 셈입니다.

 

 

커핑에 참석한 한 커피인은 “아무래도 경험했던 향미에 반응하는 것 같고,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개인적인 의견보다는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더라. 핑크 버번은 기대했던 품종 중 하나였는데 기대치보단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커피가 3년생 나무에서 수확됐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아직 그 가능성이 덜 표현됐을 것 같다. 앞으로 더 큰 가능성 보이지 않을까 싶다” 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커피인은 “한 곳에서 재배된 다양한 품종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건 소중한 기회였다. 새롭게 통제된 환경에서 기존 품종들의 특징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21종의 커피 중에서는 좋은 것도 있었고 나쁜 것도 있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 같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고 말했습니다.

서필훈 대표님의 소식에 따르면 내년 2019년에는 35종의 커피가 준비된다고 합니다. 내년에도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된다면 ‘내일의 커피’를 지금보다 선명하게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마신 커피를 내일도 마실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커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짧았지만 많은 화두를 던진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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