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이어집니다.


두 번째 모임

 

 

두 개의 프로파일을 두 개의 샘플에 적용했습니다. 새로 추가된 샘플은 과테말라 산타펠리사 SHB 블루다이아몬드(Guatemala Santa Felisa SHB Blue Diamond)였습니다. 일단 결과물을 평가할 때의 기준은 로스팅으로 인한 부정적인 향미를 체크하는 것이었습니다. 탄 맛 혹은 덜 익었을 때 발현되는 뉘앙스의 향미 그리고 커피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향미의 판단이었습니다. 즉, 생두와 함께 제공된 컵 노트가 기준이 됐습니다. 실제로 COE 같은 높은 품질의 커피들은 노트가 정확한 편으로, 커핑 훈련 시 좋은 교보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의 프로파일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그래프 자료는 추가 예정)

 

 

밀도 차이에 대한 결과는 아쉽게도 크지 않았습니다. 유의미할 정도로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여전히 로스팅이 덜 됐을 때(Underdeveloped) 나는 향미가 강했습니다. 사실 두 커피의 밀도 차이를 정확하게 수치화해 비교하지 않았고 커핑 시에도 부정적인 향미의 양이나 강도에만 집중하다보니,  변인 통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재밌는 사실은 지난 1차 모임 때와 같은 프로파일 사용했는데도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기존 샘플이 갖고 있던 쓴맛(비터)을 두고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스펙트럼이 다양했던 10여 개의 프로파일 중에선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다시 두 개의 샘플만 놓고 비교했을 땐 여전히 쓴맛이 두드러졌던 것입니다. 주관을 객관화하는 과정이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파일 하나(3번 준 프로파일)를 더 추가했습니다. 초반 로스팅을 빠르게 진행하고 옐로우 구간 이후 열풍 속도를 낮춰 쓴맛을 줄이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커핑을 했을 때도 비터는 덜했고 부드럽고 깨끗(Clean)했습니다. 하지만 쥬시(Jucy)하거나 단맛은 많이 발현되지 않아 역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토의를 통해 나온 중론 중 하나는 옐로우 구간의 열량 부족이었습니다. 해당 구간에서 열량이 부족해지면서 생두 속까지 고루 익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프로파일을 개별적으로 분석해 각각 수정하려고 했으나 두 프로파일의 장단점을 고려해 중간 지점으로 합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배출은 같은 온도로 두면서도 로스팅 시간은 좀 더 짧게 했으며(6분 58초 -> 6분), 투입 온도 역시 좀 더 낮췄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베이크드(Baked)된 향미, 특히 쓰고 떫은맛이 강했습니다. 다시 한번 투입 온도를 더 낮추고 후반 열량을 조정했지만 썩 마음에 드는 결과물은 아니었습니다.

 

 

점점 논의는 하나로 모이게 됐습니다. 바로 계속 반복됐던 떫음, 쓴맛이었습니다. 스터디 초, 충반까지 프로파일로 쓴맛과 떫음을 극복해야 한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프로파일을 수정하는 기준점에는 항상 쓴맛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러 프로파일을 테스트했을 때 쓰고 떫은맛이 공통으로 등장했던 만큼, 오히려 커피의 캐릭터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게 됐습니다. 오히려 변수가 아닌 상수로서 제외한 뒤 프로파일의 차이점을 찾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이 떫음과 쓴맛은 어떻게 결론지어졌을까요?

 

세 번째 모임

 

 

두 번째 모임에서 새롭게 추가된 프로파일(투입 155℃, 배출 201℃, TP 124℃/11초, 5분 30초)을 기본으로 변주를 가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프로파일을 보며 구간별로 조치한 내용을 표시해뒀습니다.

 

 

몇 번의 조정 끝에 최종 프로파일이 결정됐습니다. 계속해서 문제됐던 떫은맛, 덜 익었을 때 나오는 향미가 줄었고 산미를 비롯한 커피 본연의 캐릭터도 표현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샘플 로스팅 프로파일이라는 목표점에 닿았지만, 사실 샘플 로스팅은 시작점일 뿐입니다. 외부 요소는 최소화 한 상태로 열을 가해 커피,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장점을 극대화시키거나 단점을 조절해 원하는 향미를 구현하게 됩니다. 로스팅은 ‘생두의 가능성’에서 출발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완성된 샘플 로스팅 프로파일은 그 다음주, 에티오피아 COE 및 내셔널위너 42종을 로스팅했고, 결과는 무난했습니다.

 

 

샘플 로스팅 스터디를 마치면서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샘플 로스팅 프로파일은 제한적으로 적용됩니다. 생두의 크기, 밀도, 수분율 등 물리적 상태에 따라서 열에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생두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스펙트럼 안에 들어오기 위해선 조건별로 프로파일이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케이스의 프로파일을 준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샘플 로스팅이 정확하면 할수록 좋은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특성별로 프로파일을 제작하더라도 모든 변수에 대응할 수 없을뿐더러, 최종 목적지가 프로덕션 로스팅이라면 샘플 로스팅은 시작의 시작일 뿐입니다.

그래서 많은 로스터는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 통용될 만한 샘플 로스팅 프로파일을 사용합니다. 그 범위는 로스터 본인의 경험을 통해 결정되는데, 간혹 결과물이 경계 혹은 판단하기 애매한 위치에 있다면 그간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보정하게 됩니다. ‘가능성의 극대화’인 셈이죠. 본인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방법이지만 그 결과의 책임은 오롯이 본인의 몫입니다.

떫은맛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뉘앙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떫음에도 여러 계열의 뉘앙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엔자이메틱 계열의 떫음, 로스팅이 덜 돼(Underdeveloped) 나오는 떪은 맛, 로스팅이 너무 진행돼 나오는 맛(Burnt) 등이 있죠. 각자의 느낌이 어디에 더 가까웠는지 설명하고 이해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향미에 대한 서로의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감각을 객관화 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한된 시도였으나 베스트 프로파일을 만들어보는 경험 역시 여러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나의 커피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폈고, 여러 프로파일을 적용시키면서 맛의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론으로만 혹은 경험적으로만 알았던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참여한 멤버들의 소감입니다.

 

J : 4주 동안 짧게 다루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결과물이었던 것 같다.
YS : 같은 커피를 다른 방식으로 로스팅했을 때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차이를 알 수 있었다.
JY : 앞서 샘플 커피와 같은 커피를 맛본 경험이 있었는데, 커핑(샘플 로스팅) 센서리와 브루잉(프로덕션 로스팅) 센서리의 차이가 있었다. 로스팅 포인트나 추출 방식에 따라 포텐셜의 여지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JW : 로스팅 중 옐로우 포인트 구간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DS : ‘왜 그렇게 볶았는지’, 로스팅 프로파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유익했다.
HJW : 더 나은 로스팅 프로파일을 만들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이 유익했다.
RYAN : 센서리를 통해서 확인한  요소가 ‘왜’ 나오게 됐는지, 로스팅 시 어떤 부분을 조절하면 부정적인 뉘앙스를 줄일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을 캐치하는 게 중요하다. 프로파일을 설계한다는 건 이 요소를 이해하고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첫 스터디 진행이라 아쉬움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해봅니다. 다음 스터디 주제는 센서리(Sensor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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