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커피 산업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밀접 접촉을 최소화하고 개인 방역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적용됐는데, 특히 커핑은 프로토콜이 별도로 마련될 정도로 큰 영향을 받은 바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진행했던 라이언스 커핑을 두고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에겐 여러 커피인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새로운 영감과 기회를 발견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하기엔 감수해야 될 위험이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스터디 모임으로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10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커피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좀 더 넓고 깊게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생두, 로스팅, 커핑, 추출 등 주제는 다양하며, 구성원 협의를 통해 한 달에 하나의 주제를 스터디합니다. 하나의 주제가 마무리되면 멤버 구성은 변경됩니다. 멤버 모집은 스터디가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비공식적으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스터디, 샘플 로스팅

 

 

주제 결정을 두고 멤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결과 이번에는 ‘샘플 로스팅’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커피 한 잔이 완성되기까지 그 시작에는 샘플 로스팅이 있습니다. 커피가 가진 특성을 살피는 이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생두의 밀도나 수분율 같은 특성이나 컨디션에 따라 같은 프로파일도 결과는 들쭉날쭉하기 쉽습니다.

샘플 로스팅의 목적에 부합하는 정확한 프로파일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과연 커피 특성이 제대로 발현된 건지, 이것을 바탕으로 프로덕션 로스팅 프로파일을 설계하면 문제없는 건지 말이죠. 제대로 된 샘플 로스팅이란 무엇일까요? 베스트 샘플 로스팅 프로파일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샘플 로스팅에 대한 정의를 논하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수없이 느꼈던 언더디벨롭(Underdeveloped)과 디벨롭(Developed) 같은 근본적인 내용까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샘플 로스팅만큼은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어떠한 틀에 얽매였는지도 모릅니다.

개념적인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뒤 ‘베스트 샘플 로스팅 프로파일 만들기’를 목표로 실제 프로파일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스터디 진행 방식

 

 

이번 스터디에서는 스마트 샘플 로스터인 이카와(Ikawa Pro ver.)가 단연 메인 장비였습니다 앱만 다운로드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로 프로파일 설계가 가능했고, 공유 역시 손쉬웠습니다. 샘플 커피는 에티오피아 코체레 사오나 워시드(Ethiopia Kochere Saona Washed)였습니다.

 

 

커핑 프로토콜은 변형된 SCA 커핑 프로토콜을 사용했고 추가로 스마트 브루잉 머신인 브루비(Brewvie)를 통해 브루잉 추출로 결과물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프로파일은 총 3회에 걸쳐 설계됐습니다. 1회 차부터 프로파일을 테스트하면서 최적의 프로파일을 골라냈고 수정 보완을 통해 다듬어갔습니다.

 

 

샘플 로스팅, 첫 번째 스터디 모임

 

 

일단 각 멤버들이 생각하는 샘플 로스팅 프로파일을 만들어 제출했습니다. 참고자료로 라이언스 커피에서 사용하는 샘플 로스팅 프로파일도 추가했습니다. 멤버들은 기존 이카와 샘플로 로스팅 프로파일을 변경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본인의 스타일로 프로파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투입 온도에 대한 견해도 각각이었습니다. 200℃에 가까운 고온에서 투입하거나 160℃에서 시작해 서서히 로스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각 프로파일로 로스팅한 10개 커피를 맛본 뒤 2개의 프로파일을 선정했습니다.

해당 프로파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선정된 2개의 프로파일 중 하나는 실제로 샘플 로스팅에 사용했던 프로파일 중 하나였는데, 게이샤 품종의 커피를 잘 볶아냈지만 이번 샘플 커피에 적용했을 때는 덜 익은(Under Developed) 뉘앙스의 노트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샘플 커피의 밀도가 더 높았기 때문에 충분한 열량이 공급되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과물을 비교하면서 2개의 프로파일을 구간별로 분석해 조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2회 차에서는 기존 샘플과는 밀도가 다른 커피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프로파일을 적용했을 때 샘플 로스팅으로 인정할 만한 범위 안에 들어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실 멤버들은 이 지점에서 샘플 로스팅 프로파일에 정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리적인 특성에 따라 열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른바 ‘만능 프로파일’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죠. 물리적 특성이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특정 커피로 대상을 제한한다면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었습니다.

 

 

스터디의 목적성을 뚜렷하게 하기 위해 작은 목표도 설정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진행된 ‘에티오피아 COE’의 샘플 로스팅 프로파일이었습니다. 앞선 샘플처럼 밀도가 단단한 편이었고 품질이 엄선된 커피인 만큼 물리적인 균일성, 통일성도 우수했습니다. 샘플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커피였습니다.

한 가지, 이카와 로스터기의 특성도 알 수 있었는데요. 이카와는 설정한 배출 온도에 도달하는 순간 바로 배출되기 때문에 잔열로 좀 더 익히는 방식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배출 전까지 온도를 서서히 줄이는 시간을 더해 의도를 구현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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