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 특징에 따른 로스팅 프로파일 적용과 향미의 변화

지난 9/9일 커핑 주제는 ‘프로파일(Profile)’이었습니다. 지난 ‘로스팅(Roasting)’을 주제로 한 커핑과 어느 정도 맥이 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샘플로 제공된 커피는 스트롱홀드 S7 Pro와 이카와 Pro로 로스팅했는데, 일정한 패턴으로 열량 변화를 준 프로파일을 적용했습니다. 이카와로 로스팅한 샘플은 1개의 커피를, 스트롱홀드는 3개의 샘플을 사용해 커피별 프로파일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by IKAWA : Guatemala El Zapote Gesha Washed
by Stronghold : Ethiopia Adado Natural, Costa Rica Sonora Honey, Indonesia Mandeling

 

 

3개의 커피는 기본적인 향미 차이가 있었지만 밀도와 수분율이 달라습니다. 프로파일에 따른 향미의 변화 외에도 생두의 물리적인 특징에 따른 프로파일 적용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먼저 같은 프로파일을 적용하더라도 각자의 물리적 특징에 따라 다르게 반응했습니다. 예를 들어 샘플 중 하나였던 인도네시아 만델링의 경우 밀도가 낮고 수분율이 높은 편입니다. 이를 테면 ‘젤리’ 같은 커피인데요. 그만큼 생두 속까지 열이 전달되는 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일반적인 프로파일을 적용한다면 덜 익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생두를 로스팅 할 때는 많은 열량을 주는 한편, 드럼의 교반 속도를 낮췄습니다. 생두 내부로 최대한 열을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생두의 물리적 특성에 따라 기본 열량을 공급하는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 행위를 넘어 참여하는 커핑으로…

지난 커핑과 같은 형식처럼 보이지만 사실 진행 순서가 달랐습니다. 프로파일을 확인하고 커핑을 한 게 아니라 커핑을 한 뒤 프로파일을 확인한 것인데요.

이때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그룹별로 결과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룹별로 제출한 내용과 실제 결과물을 비교하면서 정답을 확인했고, 프로파일과 생두의 특징 그리고 로스팅 시 열량 변화에 대한 코멘트가 이어졌습니다.

 

 

재밌었던 것은 그룹별로 내용을 종합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정답’을 맞추기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누기 시작한 건데요. 처음에는 조금 어려워하는 분위기였지만 이내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막연하기만 했던 추측을 구체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그룹은 높은 정답률을 보이기도 했고, 다른 한 그룹에서는 정답과는 무관했지만 의미 있는 코멘트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코스타리카와 인도네시아 커피를 헷갈렸는데요. 바로 ‘Earthy’라는 노트 때문이었습니다(그룹에 제공된 프로파일에는 커피 정보가 표시된 상태). 프로파일에 의한 향미의 차이를 착각했던 사례였지만, 인도네시아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샘플 중 하나였던 만델링 커피는 인도네시아 특유의 ‘길링바사(Giling Basah)’ 방식으로 가공됐는데요. 길링바사는 커피체리에서 과육을 제거한 뒤 수분율이 3~40%정도로 건조된 상태에서 파치먼트를 벗겨내는 인도네시아 전통 가공방식입니다. 체리가 충분히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벗겨내기 때문에 과정 중 짓이겨 터지는 생두가 생기기도 하고, 특유의 흙내로 표현되는 Earthy라는 노트가 발생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선 ‘인도네시아 커피’를 주제로 한 커핑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최근 인도네시아의 프로세싱 기술은 점차 향상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Earthy라는 노트를 우선 적용하기에는 무리일 정도로 깔끔합니다. 과거의 인식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커핑이 진행됐지만 이번처럼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장면은 거의 볼 수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정서상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선뜻 입을 떼기가 어렵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커핑은 감각을 표현하면서 소통해야 배우고 얻어갈 수 있는 자리입니다. 열심히 노트하고서도 침묵하고 있는 참가자들을 볼 때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죠.

 

 

주제도, 내용도 다소 어려운 편이었지만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모두에게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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