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커핑의 주제는 ‘프리미엄’이었지만 실제 사용한 커피는 모두 커머셜이었습니다. 현재 커피 시장에서 통용되는 ‘프리미엄’ 등급의 커피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 민낯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퀄리티의 스펙트럼은 다양했는데요. 관리되지 않은 상태로 오랫동안 묵힌 커피부터 하와이 커피, 옥션 랏 등 국내에서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되는 하이 커머셜 레벨의 커피 10종을 만나봤습니다.

 

10종의 커핑 샘플은 아래와 같습니다.

 

1. Uganda – 케냐 커머셜 커피와 유사한 향미를 갖고 있어 대체제로 선택받곤 하는 커피입니다. 올해 수입됐지만 수확시기로만 따진다면 패스트크롭입니다. 커피에서도 그로 인한 부정적인 뉘앙스 느껴지지만, 단, 보관상의 문제처럼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어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2. Bolivia – 무려 10년 묵은 커피였습니다. 묵었다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거의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특별한 목적에 의해 장기간 보관하는(Aging) 커피와는 궤가 전혀 다릅니다. 디펙트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평가 자체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찐쌀, 떫은맛, 플라스틱 등의 노트가 나왔습니다.
3. Laos – 로부스타 계열의 카티모르 품종에서는 흙내(Earthy) 같은 향미가 많은데, 로스팅이 충분히 되지 않아 이러한 느낌이 더 강조됐습니다. 카티모르는 밀도가 단단한 편인 데다, 이 커피는 수확부터 가공까지 제대로 관리된 커피가 아니어서 수분함량 등이 안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일반 샘플 로스팅 레벨로는 덜 볶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4. El Salvador Sarchimor Natural –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참여자들로부터 선호도도 제법 높았습니다. 하지만 비터스윗, 떫은맛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었고, 유니크한 특징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부족했습니다. 스페셜티커피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5. Hawaii Maragogype Natural – 역시 평가나 선호도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하와이 커피라는 정보 없이 맛본다면 스페셜티커피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있습니다. 삼나무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제법 있는 편이었고, 특히 내추럴 가공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제법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하와이에서 생산된 커피답게 가격이 상당합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품질은 납득하더라도 가격에 대한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미국에서 생산됐다는 점에서 실제 품질과 상관없이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6. Brazil Yellow Catuai Pulped Natural – 생두 유통사에서 제공하는 컵 노트 중 감지하지 못한 노트가 있어서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습니다. 품질을 평가하면서 해당 커피에 대한 자료를 참고할 필요는 있지만, 결국에는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
7. Colombia Narino Washed – 수확부터 1년 반 정도 지난 커피였습니다. 생산지에서부터 커머셜이라고 정확히 명기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저급한’ 의미로 통용되는 커머셜과는 확실히 선을 긋습니다. 콜롬비아 나리뇨 지역의 품질과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해마다 품질 편차도 적은 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오히려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또는 ‘스페셜티’ 등급이라고 해도 이해될 정도입니다.
8. Guatemala Pacamara Washed –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농장의 커피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품질을 살핀다면 스페셜티도 커머셜도 아닌 애매한 선상에 있다. 만약 농장 정보를 뺀다면 국내에서는 ‘프리미엄’으로 통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가격 역시 프리미엄 수준으로 낮춰야만 가능한 일이겠죠.
9. Guatemala Typica, Catuai, Bourbon Washed – 역시 각종 커피 대회, 옥션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대단한 명성을 쌓은 농장의 커피 중 하나였습니다. 대표적인 과테말라의 캐릭터가 느껴지는 커피였습니다.
10. Colombia Antioquia Auction Lot – 커피 옥션에서 판매된 이력을 가진 옥션 랏 커피입니다. 낙찰가를 볼 때 ‘고가의 커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일반 커머셜 커피와 비교한다면 높은 가격입니다. 아쉽게도 품질 역시 스페셜티 레벨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케이스의 커머셜을 통해 커머셜 레벨의 커피가 어떤 뉘앙스와 노트가 나오는지 살폈습니다. 지난 세미나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밖의 이슈들

이번 커핑 중 이야기가 나왔던 이슈 몇 가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프리미엄이라는 상품군에 속한 커피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옥션 랏 혹은 유명 산지의 커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과 품질은 대체로 같이 움직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각종 커피 대회 수상 같은 생산자로서의 명성이나 지리적인 요인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는 등 커피 외의 요소가 가격을 높이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죠.
  • 생산자 혹은 생두 유통사에서 주는 정보는 본인이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실제 컵 노트와 본인의 노트를 비교하면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물론 그럴 때는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커핑을 하면서 확인해야 합니다.

 

 

  • 마이크로랏과 스페셜티는 동의어로 쓸 수는 없습니다. 단지 소량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지거나 그밖의 다른 요소로부터 후광 효과(?) 등을 입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커핑 중 7번 콜롬비아 나리뇨의 경우 1년 반 정도 지났음에도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줬습니다. 프리미엄 또는 스페셜티 등급으로 국내에 소개되더라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죠. 반면 10번의 경우 옥션 랏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스페셜티 커피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가격까지 생각해본다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지겠죠.
  • 본인이 생각하는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이 하향 평준화 돼 있는 상태에서 7번과 같은 커피를 경험하게 한다면 스페셜티와 커머셜의 기준이 혼란스러워집니다. 품질에 대한 가치 평가가 비합리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 간혹 노트와 품질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위험한 접근입니다. 품질에 대한 기준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워야 합니다. 다른 커퍼들과의 소통을 통해 ‘영점’을 조정해야 합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