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이샤 빌리지에 이어서 진행된 라이언스 커핑은 예멘 커피였습니다.

 

 

예멘은 커피 생산에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커피 재배지는 대부분 해발고도 2~3,000m에 있고,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돼 커피가 가진 본래의 향미를 잘 드러냅니다. 또한 우기가 상당히 짧기 때문에 거의 100% 내추럴 방식으로 프로세싱되는 것도 예멘 커피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품질로 유명하기도 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와 함께 ‘세계 3대 커피’로 자주 거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예멘 커피는 쉽게 접하기 힘들죠.

 

예멘 커피를 쉽게 맛볼 수 없는 이유

예멘은 커피 무역을 최초로 시작한 국가로서 한때는 커피 강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고 커피가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그 명성이 주춤했고, 지난 한 세기 정도 끊이지 않았던 내전으로 커피 생산에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지난 2014~15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현재 예멘의 정세는 굉장히 불안한 상태입니다. 커피 인프라는 물론이고 사회 기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결국 100% 유기농 방식으로 커피를 재배한다는 건 선택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기계 영농도 거의 할 수 없고 사람 또는 소와 같은 동물을 이용한 농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한 정세 속에서 국가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많은 예멘 사람은 카트(Khat, 까트 또는 짜트. 환각성분이 있는 풀)를 심어 당장의 수익을 마련하고 공복감이나 허기를 이겨내는 방편으로 삼고 있습니다. 커피나 다른 생계형 작물을 재배하며 내일을 준비할 수 없는 현실이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품질, 정보 관리의 모호성

예멘 커피는 ‘모카(Mocha)’라는 향미의 시초가 됐을 정도로 특유의 향미로 유명하지만 실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예멘 모카 마타리(Mocha Mattari) 커피는 생산량이 많지 않고 품질도 명성만큼 좋은 편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 예멘 커피 체리의 껍질(Cascara)

 

분명 예멘에는 품질을 인정받아 고가의 판매되는 커피도 존재하지만 그러지 않은 커피도 많습니다. 대규모 농장이나 가공시설 같은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그렇지만, 명성에 비해 자국 내에서 품질 등급에 대한 기준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예멘 모카, 마타리, 히라지처럼 결점두를 기준으로 등급을 나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지역명 정도로 구분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생산자가 품질에 대한 기준과 정보를 갖고 있다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수확량을 높이거나 품질 향상을 위해 시도한 다양한 접근법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체계적으로 쌓일 때 생산자로서의 역량도 성숙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예멘으로는 수확량이나 품질 컨트롤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커핑 결과

이번 커핑에는 4개의 예멘 커피가 소개됐습니다. Hawari, Harazi East, Harazi Mocha, Harazi Red였습니다. 커피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샘플 커피는 디스커버리와 이카와, 두 개의 샘플로스터를 사용해 로스팅했는데,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4개의 커피 중 선호도가 높았던 커피는 Harazi East와 Harazi Red였는데요. 특히 가장 높은 선호도를 받았던 Harazi East는 산미 있는 대추 같은 뉘앙스와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의 단맛이 느껴진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팔각, 스타아니스(Star Anise)라고 불리는 향신료 또는 민트 같은 독특한 향미가 느껴진다는 소감도 있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선호도가 높았던 Harazi Red는 포도, 와이니(Winey)한 향미를 중심으로 대추(Jujube), 꼬냑(Cognac) 등의 노트도 있었습니다.

사실 ‘세계 3대 커피’라는 말은 마케팅적으로 풀어낸 수사일 뿐입니다. 그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순 없겠지만, 이런 표현이 남용될 때 대중들은 비판 없이 수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 품질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예멘 커피 = 비싼 커피, 고급 커피’ 정도로만 남게 됩니다. 지역마다, 품종마다 각자의 개성과 특징이 있을 텐데 확실하지도 않은 일방적인 정보만으로 이해합니다.

이번 예멘  커피의 샘플로스팅을 진행했던 레트로60 곽승영 대표는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되는 예멘 마타리의 품질은 심각할 정도로 저급이었어요. 이번 예멘 커피들은 확실히 좋네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올바르게 경험하고 이해해야 해요.”고 강조했습니다.

 

 

불필요한 수식을 걷어낸 진짜 예멘 커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카 마타리’ 이상의 가능성과 잠재성을 국내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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